교수님, 무차별곡선을 공부하다가 궁금한 점이 생겨 질문드립니다.
무차별곡선은 서수적 효용을 바탕으로 전개된다고 배웠습니다. 그리고 한계대체율을 계산할 때 효용함수를 사용하는 공식이 있습니다(한계효용의 비율). 효용함수를 사용하기 때문에 기수적 효용을 전제하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후 찾아보니, 서수적 효용에서도 효용함수를 사용할 수 있지만 이때 효용함수의 값 자체는 절대적인 효용의 크기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선호의 순서만 나타낸다고 이해했습니다. 예를 들어 효용함수의 값이 두 배가 되었다고 해서 효용이 두 배가 되었다는 뜻은 아니고, 단지 더 높은 효용수준, 즉 더 선호되는 선택이라는 의미로만 해석해야 한다고 이해했습니다.
따라서 동일한 선호체계를 나타내는 효용함수는 무수히 많지만, 한계효용의 비율로 구한 한계대체율은 변하지 않기 때문에, 어떤 효용함수를 사용하더라도 한계대체율을 계산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이해했습니다.
서수적 효용에서도 효용함수를 사용해 한계효용과 한계대체율을 계산할 수 있는 이유를 위와 같이 이해해도 되는지 알고 싶습니다.
1. 서수적 효용에서 효용함수는 선호의 '강도'가 아니라 '순서'만을 보존하면 됩니다. 따라서 어떤 효용함수를 단조변환하면 역시 동일한 선호체계를 나타냅니다. (예를 들어 효용함수 값에 로그를 취하거나 제곱을 해도 선호 순위는 변하지 않습니다.)
2. 한계효용은 효용함수를 미분하여 구하므로, 효용함수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그 값은 변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한계효용 자체는 기수적 성격을 가집니다. 하지만 두 재화의 한계효용 비율인 한계대체율을 구해 보면 효용함수를 단조 증가 변환하더라도 분자와 분모에서 변환에 따른 효과가 서로 상쇄되어 그 값은 일정하게 유지됩니다.
3. 무차별곡선의 기울기인 한계대체율은 효용의 절대 수치가 아니라 '동일한 효용을 유지하기 위해 포기해야 하는 두 재화 사이의 주관적 교환 비율'이라는 객관적인(서수적인) 의미를 갖기 때문에 계산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즉, 효용함수는 계산을 위한 수학적 도구일 뿐이며, 그 도구가 나타내는 '기울기'라는 실체는 변하지 않는 것입니다.
4, 학생의 의견이 맞습니다. 효용함수의 숫자 자체는 의미가 없는 '서수적'인 것이지만, 그 함수로부터 도출되는 무차별곡선의 기울기(한계대체율)는 선호의 구조를 나타내는 고유한 값입니다. 따라서 어떤 효용함수를 사용하더라도 동일한 선호체계를 나타낸다면 한계대체율은 동일하게 산출되므로, 서수적 효용 체계 안에서 효용함수를 도구로 사용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매우 정당합니다.
엄밀하게 말하면 무차별곡선이론에서는 효용함수 자체가 기수성을 갖기 때문에 구체적인 효용함수를 가정하면 안 됩니다. 무차별곡선이론 자체는 구체적인 효용함수를 상정해서는 안 되지만, 후대에서 이를 좀 더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효용함수를 활용한다고 이해하시면 됩니다.